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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타' 현래장
    여행/먹을거리 2010. 1. 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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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맛 그대로

    

    "자장이 둘이요!"
    주문 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방에선 반죽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요리사는 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내리치고 늘리고 반으로 접고 다시 내리치고 늘리고 반으로 접는다. 네 다섯 번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윤기 나는 누이의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긴 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다음 면을 삶아 찬물에 씻고 검은 자장소스를 붓기 바쁘다. '땡!' 주방의 시계가 낮 12시를 가리키면 서울 마포대로 변의 <현래장> 주방 안은 세상에서 가장 분주한 곳이 된다. <현래장>은 '옛날자장면'으로 유명한 중국집이다. 면은 손으로 직접 쳐서 만드는 수타면이고, 소스에는 커다란 단호박과 메주콩, 감자가 들어간다.

     

     

    열여섯에 서울로 올라와 양파와 단무지부터 썰었다

    <현래장> 주인 주명연(54)씨는 열여섯 살 때 수타면과 인연을 맺었다. 고향 여수에서 상경해 북창동, 소공동 일대 중국집에서 일하면서부터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양파와 단무지를 썰었다. 처음엔 배달도 엄두를 못 내던 막내였다. 배달은 화교주인들이 건네주는 중국어 전표를 읽을 줄 알아야만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첫 월급은 2천원. 당시 버스비가 약 30원, 자장면이 약 100원 하던 시절이었다. 1년 뒤 그는 드디어 배달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 손에 자전거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배달가방을 들었다.

     

    배달가방은 70년 대 중반 철가방이 나오기 전까진 나무가방이었다. 플라스틱 그릇이 없던 시절 사기그릇이 든 가방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까닥 잘못하다간 엎어지기 십상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15층 사무실에 배달 갈 때는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었다"고 주씨는 말한다. 고된 노동 탓에 하루에 7끼는 먹어야 버틸 수 있었다. 요리를 주문한 집으로 배달 갈 일이 생기면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 집들은 꼭 팁을 주었다"고 주씨는 말한다.


    1969년 자장면업계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 당시 쌀이 태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의 밀가루 원조를 받고 있던 정부는 대대적인 '혼·식 장려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 해부터 정부는 수요일과 토요일을 아예 '분식의 날'로 정했다. '무미일(無米日)'이란 불린 이날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쌀로 만든 음식을 사먹을 수 없었다. 허기를 채우려면 자장면을 먹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시멘트 바닥에 자장면을 먹고 버린 휴지들이 폭신할 정도로 쌓였다"고 주씨는 회상한다.


     

     

    당대 최고급 아파트와 한강변 끼고 있어 날개 돋친 듯

    그는 스물 두 살에 중국집 종업원 생활을 끝냈다. 화교에게 착실하게 배운 요리 실력과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자신을 믿고 단돈 150만원으로 중국집을 시작했다. 이문동 <동해루>, 용산 <남문각>, 대흥동 <동해루>를 거쳐 82년 마포 <현래장>을 인수했다. 한국전쟁 이래로 화교 부부가 운영하던 집이었다. 남편이 타계하자 부인이 음식점을 처분한 것. 


    당시 <현래장> 인근에는 마포아파트가 있었다. 당대 최고의 스타 신성일·엄앵란 부부가 한동안 살던 고급아파트였다. 고급 요리와 자장면을 주문하는 아파트 주민이 많았다. 휴일에 여의도광장을 찾은 사람들도 마포대교를 건너 <현래장>을 찾았다. <현래장> 자장면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주씨는 "당시엔 4대문 안의 자장면 맛과 다른 지역의 맛이 달랐는데, 우리는 채소를 많이 넣고 물을 적게 넣는 4대문 안 방식대로 자장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국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불을 지키는 것이지요." 주씨의 말이다. 예전에는 하루에 연탄을 100장 이상 썼는데, 잘 때도 불을 꺼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인수할 당시 식탁 7개, 방 3개였던 <현래장>은 그동안 7차례 변신을 했다. 불어나는 손님을 맞기 위해 뒷집 한옥, 옆집 양복점과 인쇄소, 빈대떡 집 등을 속속 <현래장>으로 편입시켰다. 현재는 이 지역 재개발사업 때문에 불교방송국 지하로 자리를 옮겼다. 280평에 300석 규모다.

     

     

    40대 중반 손님이 고등학생 때 떼먹은 돈이라며 4만원 쥐어줘

    주씨는 최근 한 손님으로부터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어느날 40대 중반의 한 손님이 찾아오더니 자신이 고등학생 시절에 이곳에서 친구들과 자장면과 요리를 시켜먹고 도망친 적이 있었는데 그 음식값을 갚으러 왔다며 4만원을 쥐어주더라는 것.


    <현래장>은 둘째 아들 주기웅(21)씨가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아버지의 일을 잇기 위해 자장면 배달을 하고 있다. "언젠가 뉴욕이나 태국에 <현래장>을 열 꿈"을 안고 '바닥'부터 배우고 있는 것이다.

     

     


    <현래장> 자장면 맛의 비결은 70년대 맛을 지키는 것이다. "70년대는 손으로 면을 뽑고 밭에 가서 호박을 따서 넣었다"고 주씨는 말한다. 자장면은 면과 소스의 조화가 중요하다. 70년대에 자동으로 면을 뽑는 기계가 들어오면서 중국집들은 너도나도 편리한 기계면을 썼다. 하지만 주씨는 손으로 뽑는 수타면을 고집했다.


    주씨의 수타면 만들기는 이렇다. 우선 밀가루 20㎏에 물 15ℓ를 넣는다. 겨울에는 따스한 물로, 봄과 가을에는 미지근한 물, 여름에는 찬물로 반죽한다. 2시간 숙성시킨 반죽 덩어리를, 냉소다를 녹여 손에 발라가며 몇 번을 늘리고 접고 치면서 면을 뽑는다. 이 과정을 4번 정도 하면 옛날식 면이 나오고 5번하면 대중화된 자장면의 면, 6번하면 기스면의 면이 나온다. 반복할수록 면은 얇아진다. 기계면보다 쫄깃하면서 탱탱하고 부드럽다.

     

    소스도 중요하다. 사자표 춘장을 볶아두고 채소(양파, 단호박, 감자, 양배추 등)도 살짝 삶아서 볶아둔다. 메주콩을 불려서 삶아 갈아서 볶거나 콩 자체를 볶아 둔다. 고기도 볶는다. 이것들을 모두 섞고 마지막에 고구마전분을 약간 넣는다. 자장면 100그릇당 1국자 반 정도를 넣는다고 하니 매우 적은 양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런 다음 양파, 단무지와 함께 상을 내면 완성이다. 70년대는 단무지 대신  대파가 나왔다. 분식집이 많아지면서 단무지가 인기를 끌자 중국집들도 따라갔다고 한다.

    재미있는 자장면 상식

    자장면은 1883년 제물포가 개항하면서 산둥성 출신 중국인 노동자가 가져온 음식이다. 중국은 국수에 볶은장을 비벼먹는 음식문화가 있다. 중국 된장을 볶아 면에 부어 먹은 것이 자장면이다. 자장면처럼 빨리 비벼 먹는 국수 요리는 주로 빈민층이 먹었다. 당시 자장면 소스는 검은색이 아니라 황토색에 가까웠다. 이 된장이 춘장이라고 불리는 첨면장이다.


    1905년도 인천 선린동 차이나타운에 있는 <공화춘> 주인이 우리식 춘장을 넣어 지금과 같은 자장면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식 춘장은 중국 된장에 캐러멜을 넣어 달짝지근하게 만든 것이다. 1948년 화교 출신 왕송산이 '영화장유'라는 식품회사를 차려 사자표 춘장을 만들었다. 지금 대부분의 중국집에서는 사자표 춘장을 사용한다. 사자표 춘장은 캐러멜과 발효 밀가루와 콩가루를 면장에 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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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장면 4천원 / 손옛날자장 4천5백원

    우동, 짬뽕, 간자장, 울면 4천5백원 / 기스면 6천원

    고추짬뽕, 삼선짬뽕, 삼선우동, 삼선울면 6천5백원

    삼선간자장, 유미자장, 쟁반자장 6천원

    요리 1만 4천원~4만5천원 / 코스요리 6만원~23만원

    밥종류 5천원~1만3천원  

     

     

    위치 : 서울 마포구 마포동 140 대보빌딩 지하1층

    전화번호 : 02-715-0730 / 02-712-0730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구정, 추석당일 휴업)

    주차 : 가능함

     

     

     

    박미향
    글·사진 박미향 맛 전문기자 / mh@hani.co.kr
    현 <한겨레> 사진기자와 맛기자로 활동. <맛기자 박미향, 와인 집을 가다><박미향기자의 신기한 메뉴> 연재,
    <그 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박미향 기자 행복한 맛집을 가다> 등 저술
    맛있는 여행 http://foodntri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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