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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꼬리 날개가 필요한 이유. 각운동량 보존법칙정보얻기/네이버 과학 2010. 1. 23. 22:06반응형
회전운동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리현상이다. 밤새 째깍째깍 돌아가던 시곗바늘은 때가 되면 우리를 깨운다. 생과일주스를 만드는 믹서기는 날카로운 칼날을 돌려 과일을 으깬다. 전동칫솔은 둥그런 칫솔을 연방 돌린다. 길거리에 나서면 수많은 자동차가 쉴 새 없이 네 바퀴를 굴려댄다. 케이블을 감아올리면 우리는 그 끝에 매달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간다. 태양은 동에서 서로 어김없이 돌고 있고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지구도 하루에 꼭 한 바퀴를 돈다. 쳇바퀴 같은 우리 일상도 그렇게 돌아간다.
물리 법칙이 방향에 따라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각운동량이 보존된다
운동량 보존법칙에 대한 글에서 보았듯이 직선 운동에서는 운동량(혹은 선운동량)이 보존되는 양이다. 이런 선운동량이 보존되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 균질하기 때문이다. 뇌터의 정리에 의하면, 대칭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존량이 있는데, 공간이 균질하다는 대칭성에 상응하는 보존량이 바로 선운동량이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균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등방적이다. 우리가 한 자리에 서서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물리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어떤 물리계를 어떤 방향으로 돌려놓더라도, 거기에 작용하는 물리법칙은 항상 같다. 뇌터의 정리에 따라 공간의 등방성이라는 대칭성에 상응하는 보존량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각운동량(angular momentum)이다.
직선 운동에서는 선운동량의 시간에 대한 변화가 힘(force)이었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선운동량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으며 선운동량이 보존된다.
마찬가지로 각운동량의 시간에 대한 변화는 회전운동과 관련된 모종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힘을 돌림 힘(토크, torque)이라고 한다. 돌림 힘은 회전운동의 원인으로 외부에서 돌림 힘을 가하지 않으면, 각운동량의 시간에 대한 변화가 없고, 그 결과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질량 m인 물체가 어떤 회전의 중심으로부터 r만큼 떨어져 선속도 v로 운동하고 있다면, 이 물체의 각운동량 L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그런데 회전운동에서는 선속도(v) 보다는 각속도(ω)를 더 즐겨 사용한다. 각속도는 각도가 시간에 따라 얼마나 빨리 변하는가를 나타내는 값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계기판에서 볼 수 있는 rpm 계기판은 엔진의 회전수를 나타내는 각속도로서 분당 회전수(revolution per minute)를 의미한다. 각도는 기본적으로 호의 길이에 대한 반지름의 비율로 주어지며, 호의 길이의 시간에 대한 변화가 선속도이므로 선속도와 각속도 사이에는 v=rω의 관계가 있다. 이 관계를 이용해서 각운동량을 각속도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여기서 I=mr2은 회전관성(moment of inertia)으로 불리는 양이다. 선운동량이 p=mv인 것과 비교하면, 회전관성은 회전운동에서 일종의 질량의 역할을 하는 물리량이다. 회전관성이 크면 같은 힘으로 돌려도 각속도가 크게 나오지 않는다. 각운동량이 보존된다는 말은 쉽게 얘기해서 L=Iω의 값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말이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실제 각운동량이 보존되는 사례를 살펴보면 깜짝 놀랄만한 경우도 종종 있다.
각운동량 보존의 사례 1, 케플러의 제2법칙
먼저,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운동에서도 지구의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지구는 태양과 중력을 주고받지만 이를 하나의 고립된 계로 보면 외부에서 돌림 힘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케플러 시절에 이미 지구는 태양 주변을 타원 궤도로 돈다는 사실이 관측에 의해 확립되었다. (케플러 제1법칙) 태양은 그 타원 궤도의 한 초점에 있다. 그래서 지구는 태양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만약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면 (이때는 지구의 북반구가 겨울이다.) r이 작아지므로 회전관성 I가 줄어든다. 그러면 L값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각속도 값이 커져야만 한다.
즉 회전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니까, 지구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상대적으로 멀어지면 회전속도가 느려진다. 좀 더 엄밀하게 분석해 보면 지구가 타원 궤도를 돌 때 매 순간 훑고 지나가는 넓이는 항상 일정하다. 이것을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케플러 제2법칙)이라고 부른다.
각운동량 보존의 사례 2,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점프
이와 비슷한 일이 김연아가 3회전 점프를 뛸 때도 일어난다. (피겨스케이팅과 물리학 참고) 점프를 뛰기 위해 도약하기 직전에는 양팔을 몸에 바짝 붙이며 몸을 한껏 움츠린다. 이렇게 되면 김연아의 회전관성(I)이 작아지는 효과가 있다. 김연아의 몸은 입자 하나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점 입자가 모여서 김연아의 몸을 이룬다.
그래서 김연아의 회전관성을 구하려면 김연아 몸을 이루는 모든 질량요소가 회전의 중심축에 대하여 갖는 회전관성을 더해야만 한다. 회전관성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회전의 중심축으로부터의 거리에 비례하므로, 팔을 쭉 펴면 팔을 구성하는 질량요소들이 회전축에서 멀어져, 회전관성이 커진다. (왜냐하면, I=mr2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팔을 오므리면, 폈을 때보다 회전관성이 줄어든다.
실제로 속이 꽉 찬 구의 회전관성은 속이 텅 빈 공의 회전관성보다 작다. 왜냐하면 속이 텅 빈 공은 모든 질량이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진 구의 표면에만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점프할 때 외부에서 일체의 돌림 힘이 작용하지 않으므로 김연아의 각운동량은 보존된다. 똑같은 각운동량으로 회전할 때 회전관성이 줄어들면 각속도는 커져야 한다. 그래서 점프에 들어갈 때는 팔을 몸에 바짝 붙이는 게 이득이다. 반대로 착지할 때는 각속도가 줄어들어야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공중 3회전이 끝나고 착지할 때는 팔을 한껏 펼쳐 회전관성을 최대로 만드는 게 유리하다. 빙판 위에 제자리 서서 회전하는 경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팔을 펴서 돌 때보다 팔을 위로 올려 몸에 붙여 돌 때 회전속도가 더 빨라진다. 특별히 발을 이용해서 추가적인 회전력을 주지 않더라도 각운동량 보존 때문에 회전속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각운동량 보존의 사례 3, 헬리콥터에 꼬리 날개가 있는 이유
각운동량 보존은 항공 역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헬리콥터에 주날개만 있다면 헬리콥터는 정상적인 비행을 할 수가 없다. 정지한 헬리콥터 전체를 하나의 계로 생각해 보면 외부에서 돌림 힘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각운동량의 값이 0으로 보존된다. 만약 주날개가 돌기 시작하면 이 때문에 헬리콥터에는 없던 각운동량이 생긴다. 그러면 헬리콥터의 다른 부분에서 반대방향의 각운동량이 생겨서 주날개에 의한 각운동량을 상쇄시켜야만 한다.
새로운 각운동량은 실제로 헬리콥터의 몸체 전체가 주날개와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생성된다. 영화에서 꼬리날개가 파손된 헬기가 빙글빙글 도는 장면이 바로 이 현상이다. 달리 말하자면, 헬리콥터의 꼬리날개는 각운동량 보존에 의해 동체가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같은 원리로 꼬리날개에 의한 각운동량 보존을 위해 동체가 움직여야 하나 이 경우 중력이 동체를 당기는 힘이 워낙 커서 그 효과가 미미하다.) 만약 꼬리날개를 따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두 개의 주날개를 달아 서로 반대방향으로 돌게 하면 된다. 미 육군의 치누크 헬기는 앞뒤로 두 개의 주날개를 달았고 (텐덤방식) 러시아제 공격헬기인 KA-50기는 두 개의 주날개가 겹쳐져 서로 반대로 도는 2중 반전 로터의 구조를 채택한다. 이런 헬기들은 꼬리날개에 동력을 소모하지 않고 모든 동력을 기체의 양력에 쓸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헬리콥터에서 각운동량이 보존되는 양상을 잘 살펴보면 선운동량이 보존되는 원리와 근본적으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의자에 앉아 여러분의 상체를 갑자기 왼쪽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여러분의 하체는 순간적으로 반대방향인 오른편으로 쏠리는 것을 느낄 것이다. 몸 전체를 왼쪽으로 돌리려면 땅바닥을 반대방향으로 밀어 돌려야 한다. 김연아가 3회전 점프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여러분이 무중력 상태로 허공에 떠 있다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여러분 몸을 회전시킬 수 없다. 몸을 돌리기 위해서는 뭔가를 반대로 돌리면서 자기 몸을 지지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로켓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연료를 뒤로 분사해야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이치이다.
헬리콥터의 주날개가 회전한다는 것은 주날개가 동체를 반대방향으로 회전시키면서 주날개 자체가 회전한다는 것을 뜻한다. 없던 각운동량이 갑자기 생길 수가 없다. 뭔가를 반대로 돌려야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 수 있다.
각운동량 보존의 사례 4, 우주선 자세 보정
우주선에서도 유사한 일이 생긴다. 실제로 보이저 2호가 1986년 천왕성 근처를 비행할 때의 일이다. 당시에는 우주선이 촬영한 사진을 자기테이프를 감아서 기록했다. 테이프를 감기 위해서는 테이프를 돌려야 한다. 그런데, 무엇에 대해 돌린단 말인가? 우주공간 속의 우주선에서 테이프를 돌리려면 우주선 전체가 반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 결과로 우주선의 방향이 약간씩 뒤틀린다. 처음에 지상의 관제소에서는 우주선의 자세가 조금씩 뒤틀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의 자세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이처럼 각운동량은 회전하는 물리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자연에서는 위의 예보다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각운동량 보존법칙이 작동하여,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구-달 사이의 관계이다. 그 관계는 다음 글에 살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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